남자도 취하는 '여자만'의 3색 낭만 여행

카테고리 없음 2008. 8. 8. 01:37

[일간스포츠 박상언]
길을 나서는 계절이다. 숨 쉴 틈 없이 짜여진 일상을 잠시나마 내려놓고 행장을 꾸려 어디론가 떠나기 시작한다. 팍팍해진 삶의 무게는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 만큼이나 어깨를 짓누르지만 떠날 사람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곧 찾게 될 '어디'에서 새로운 활력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여행만이 갖는 특권이다. 더욱이 사람에 부대끼지 않고, 조용한 분위기에서 달콤한 휴가를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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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 고흥·순천·여수에 둘러싸인 여자만 해안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가 제격이다. 순천만으로 더 알려진 여자만은 구불구불 리아스식 해안선을 따라 크고 작은 섬들이 점점이 박혀 지루함을 덜어주고,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곳곳에 해수욕장이 줄을 이어 가족 단위의 드라이브 코스나 피서지로 그만이다. 고흥의 내·외나로도, 순천의 대대포 갈대밭, 여수 두봉마을 주변이 드라이브 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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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지도를 보면 전남 고흥은 작은 반도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그 모양이 수제비를 빚기 위해 반죽한 밀가루가 곧 떨어질 것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형상이다. 이 반도 동남쪽 맨 끝자락에 작은 섬 두 개가 조용히 서 있다. 내·외나로도이다.

원래 나라에 바칠 말을 키우던 목장이 많아 나라도라 불리던 것을 일제 강점기 때 한자로 바꾸면서 나로도가 됐다. 외나로도우주센터가 들어서면서 건설된 연륙교 제1나로대교와 연도교 제2나로대교 등 두 개의 다리로 연결되면서 이젠 육지 대접을 받고 있다.


두 섬을 남북으로 가르는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양쪽으로 섬과 갯벌, 바다가 그려내는 풍경은 저절로 차량의 속도를 늦춘다.

제1나로대교를 건너 1㎞쯤 가면 내나로도 섭정마을에 이른다. 육지와 이어지는 길은 가파른 능선을 파내 만들었기 때문에 서쪽으로 멀리 고흥군 도화면까지 한눈에 들어올 만큼 전망이 뛰어나다. 그리고 이 마을 바닷가에 자리한 형제섬은 물이 빠지면 섬까지 길이 연결될 뿐 아니라 작은 모래사장도 갖고 있어 잠시 쉬어가기에 좋다.

다시 다리를 건너면 외나로도에 닿는다.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나로도해수욕장, 오른쪽으로 가면 과거 삼치 파시로 유명했던 나로도항이다. 500m 가량 늘어진 백사장은 수심이 낮아 한참을 들어가도 가슴을 채우지 못한다. 해변에 늘어선 수백 그루의 아름드리 해송은 다양한 포즈로 피서객에게 쉴 자리는 물론,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외에 소록도와 연결되는 녹동항을 거쳐 반도 남쪽을 돌아 해창만간척지로 연결되는 77번 국도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순천 대대포 갈대밭은 드라이브보다 산책 코스로 부르는 것이 어울린다.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것이 주 이유이지만 걸으면서 푸르름의 진수를 맛보는 것이 효과적인 까닭이다.

갈대밭은 노란 빛이 짙은 가을이나 붉은 빛으로 뒤덮인 해질녘이 특히 예쁘다. S자로 휘어진 수로와 어울린 낙조는 우리나라 사진작가가 선정한 '대한민국 10대 낙조'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절경이다. 대대포 갈대밭은 또 김승옥의 '무진기행' 무대이기도 하다. 어디에도 안개나루터란 뜻을 가진 무진이란 이름은 없지만 해 뜨기 직전 짙은 안개에 뒤덮인 갈대밭을 찾으면 저절로 그 뜻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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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여러 의미를 담지 않아도 좋다. 키를 훌쩍 넘긴 갈대가 바람을 따라 이리 몰려가고, 저리 쫓겨가며 푸른 물결을 만들어내는 모습만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종류의 게들이 갈대의 군무에 맞춰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정겹기까지 하다.


갈대밭에는 포구 옆 다리에서 전망대가 있는 용산까지 데크가 설치돼 가까이서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다만 높은 습도와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를 감내하는 것이 숙제다.

대대포 갈대밭을 지나 17번 국도를 이용해 여수로 접어든 후 곧바로 만나는 월전사거리에서 863번 지방도로를 타면 두봉마을로 연결된다. 바닷가를 따라 꼬불꼬불 이어지는 길은 여수시가 '최고의 해넘이·드라이브 코스'로 꼽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월전사거리에서 약 10분 가량 달리다 보면 갑자기 광활한 갯벌이 시야를 가린다. 와온낙조로 잘 알려진 와온마을과 인접한 두봉마을이다. 저 멀리까지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은 마을에서 흘러내리는 민물이 만들어낸 수로가 덩치 큰 뱀처럼 구불구불 흘러간다. 주변에 갈대가 자란다면 영락없이 대대포갈대밭의 축소판이다. 넓은 갯벌과 그 사이로 흘러드는 수로, 갯벌 위에 누워 있는 고깃배가 그려내는 풍경은 그대로 액자에 담아도 좋을 만큼 아름답다.


[출처 : http://tkore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