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겨울 기차여행

계절여행 2009. 2. 1. 10:52

한 달에 두세 번은 기차를 탈 정도로 기차여행을 좋아하는 나는 지금도 기차가 출발할 때면 어린 아이처럼 “어, 간다~”는 말을 내뱉으며 흥분과 설렘으로 마음이 들뜬다.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철마다 기차여행을 안 다녀본 곳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바로 강원도 태백의 추전역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역인 추전역(855m)은 예전에는 석탄을 실어 나르는 곳으로 사람들이 꽤 붐비던 역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폐광이 되면서 인적이 드물어져 지금은 하루에 열차가 두 번 서는데도 사람이 거의 없어 쓸쓸한 느낌마저 드는 곳이다. 그나마 겨울 눈꽃열차를 운행할 때면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어느 정도 활기를 되찾는다.

2년 전인가. 겨울 눈꽃열차를 타고 추전역을 찾은 적이 있다. 사람 많은 곳을 피하기 위해 철길을 건너 역 밖으로 나왔다. 눈꽃열차를 타면 열차가 정차하는 동안 임시 식당과 임시 눈썰매장을 둘러볼 수 있는데 시즌이니 만큼 사람이 많고 복잡한 게 단점이다. 역 밖으로 나오니 옛 마을길이 펼쳐져 있고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그야말로 설국에 온 것 같았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흰 눈밭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탁 트이며 시원해졌다. 같이 간 친구와 함께 임시 눈썰매장에서 가져온 비료 포대로 눈썰매를 타기 시작했다. 사람이 없으니 새하얀 눈밭이 온통 우리 세상이었다. 드넓은 ‘전용 눈썰매장’에서 제대로 썰매를 타는 기분! 우리는 어린아이 마냥 환호성을 질렀다. 사람이 붐비는 여행지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별천지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추전역은 기차가 아니고서는 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더욱 정겹게 느껴진다.

기차여행을 가면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다. 그러나 기차 안에서는 바깥 풍경을 잘 찍고 싶어도 워낙 기차가 빠른 속도로 달리기 때문에 제대로 찍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기차 마지막 칸에 타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온다. 셔터 스피드를 빨리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어두운 곳에서는 오히려 플래시를 끄고 찍는 것이 더 잘 나오고, 기차가 다리 위를 지나갈 때 풍경을 찍으면 이색적이면서도 시야가 훨씬 넓어져 근사한 사진이 나온다. 역시 여행 뒤에 남는 것은 사진뿐이다.



▶ 추천! 눈꽃 기차여행

환상선 눈꽃열차는 청량리에서 출발, 원주-제천-단양-승부-추전-제천-청량리로 돌아오는 코스다. 추전역도 아름답지만, ‘하늘도 세 평, 꽃밭도 세 평’이라고 불리는 승부역도 한 번쯤 가볼 만하다. 태백눈꽃축제는 살아서 1000년, 죽어서 1000년을 산다는 태백산 주목군락에 펼쳐지는 설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아름다운 눈꽃을 감상하고 천제단에서 해돋이를 보고 오는 상품도 있다.



여행 문의 KORAIL(www.korail.com), K7788 눈꽃열차(www.snow.k7788.co.kr), 삼성여행사(www.123tour.co.kr), 여행친구들(www.travelfriends.co.kr), KTX관광레저(www.ktx21.com), K7788겨울여행(www.winter7788.com)







어릴 적 <닥터지바고>라는 영화를 봤을 때도 그렇고, <오리엔트 특급살인사건>이라는 영화를 봤을 때도 그렇고, 며칠씩 내리지 않고 기차만 타고 여행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기차는 아무래도 먼 거리를 여행할 때 더욱 운치가 있고 유용한 교통수단인 것 같다. 볼거리도 풍부하고 먹을거리도 많은데 거리가 멀어서 자주 못 가는 곳이 바로 전라남도 지역이다.

몇 년 전인가 겨울에 혼자서 전라남도 여수와 순천을 기차로 여행한 적이 있다. 같이 가기로 한 친구에게 갑작스럽게 일이 생기는 바람에 뜻하지 않게 혼자 떠나게 된 여행이었다. 처음에는 다음 기회로 미루려고 했지만, 혼자 떠나는 먼 길 여행이 궁금해졌다. 경부선을 타고 부산으로 향했다. 겨울 바다를 보기 위해서였다. 해운대와 광안리, 송정해수욕장 등을 두루두루 살펴본 후 다음날 부산 부전역에서 순천역으로 가는 기차를 탔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지도를 한 장 손에 넣고, 일정도 짜지 않은 채 여행을 시작했다. 낙안읍성을 먼저 둘러봤는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온 듯한 마을 모습은 한겨울에도 무척 정겹고 인상적이었다.

해가 어스름해질 무렵 순천만에 도착해 힘차게 날갯짓을 하는 철새들도 구경했다. 철새 도래지로 유명한 순천만.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겨울 철새들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에서 느끼는 자유로움 때문인지 하루 종일 걸어 다녀도 전혀 피곤하지 않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 생각해보니 서울보다 공기가 맑고 상쾌해서 피곤한지 모른 것 같다.

다음날은 드디어 최종 목적지인 여수로 향했다. 여수에서는 오동도와 향일암, 돌산공원, 진남관을 둘러봤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동백꽃으로 가득한 오동도였다. 육지에서 방파제까지 꼬마동백열차를 타고 가는데 아이들이나 탈 법한 놀이기구 같은 열차를 타는 것도 재미있었다. 오동도에선 보통 11월 말에서 4월까지는 동백꽃을 볼 수 있다. 향일암에서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던 것도 커다란 행복이었다. 추운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좀 힘들었지만 붉게 타오르는 해를 보는 순간 커다란 희열을 맛봤다. 흔히 일출이라고 하면 강원도 동해만을 생각하는데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처럼 멋진 일출이었다.

향일암 일출을 인상 깊게 본 후에는 강원도 일출보다 남도 일출이 한 수 위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신년마다 정동진을 비롯한 강원도 쪽에서 해맞이를 하는 분들이라면 전라남도나 경상남도 등 남도 쪽 해맞이도 한번 경험해보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올해 해맞이는 포항 호미곶에서 다섯 살 된 아들 녀석과 함께 할 계획이다.



▶ 추천! 남도여행

KTX 남도 일주여행과 홍도 기차여행, 겨울 지리산 풍경 등을 둘러볼 수 있는 다양한 겨울기차여행 상품이 있다. 순천의 맛있는 음식과 보성의 차, 여수의 오동도 등을 둘러보는 남도 맛기행 여행상품도 있다. 남쪽 지방의 해맞이 여행상품으로는 영덕 강구항 해맞이 열차, 여수 오동도 해맞이 열차 등 밤늦게 출발해 새벽에 도착하는 무박 상품과 진도 낙조와 남도 선상해돋이 열차, 장흥 정남진과 땅끝마을 해맞이 열차, 포항 호미곶 해맞이 열차, 외도 해금강과 삼천포 해맞이 열차 등 1박 2일 여행상품이 있다.



여행 문의 KORAIL(www.korail.com), 청송여행사(www.114ktx.co.kr), 남해안 투어(www.namda.co.kr), 지구투어(www.jigutour.co.kr)

 

 


| 취재 : 박인숙, 박현구 | 사진 : 코레일제공 | 자료제공 : 우먼센스 |